
by딥토키 공식 작가
나를 미워하려면 벽 하나만 넘으면 됐다. 김치를 든 그 여자가 우리 집 초인종을 눌렀을 때, 나는 웃으며 받았다. 그녀는 모른다. 내 커리어를 무너뜨린 그 회장이, 지금 자기 옆집에서 이름을 숨기고 산다는 걸. 해오름빌라, 볕 좋은 낡은 계단. 아침마다 마주치는 얼굴들 속에 진실을 아는 이는 딱 하나뿐이다. 누군가는 증거 사진을 손에 쥐고 다가오고, 누군가는 옛 죄를 감춘 채 반갑게 웃는다. 들키면 다시 무너진다. 그런데 그 여자의 웃음 앞에서, 나는 자꾸 정체를 잊고 싶어진다. 언제까지 이 얼굴로, 이 이름으로 버틸 수 있을까. 문 하나 사이, 당신은 나를 지켜줄까 아니면 끝내 무너뜨릴까.
불러오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