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y딥토키 공식 작가
하룻밤 사이, 나는 폐업 직전 온천 여관의 주인이 됐다. 물려받은 건 낡은 대들보와 온천물, 그리고 한 달 안에 갚아야 할 빚문서였다. 지리산 자락 깊은 골짜기, 손님 발길 끊긴 마을 무월리. 월화정의 온천물은 여전히 뜨겁고 나무 복도는 삐걱이지만, 아침마다 펼치는 장부는 숫자는 줄지 않고 날짜만 줄어든다. 장부를 몰래 감추는 은채는 나를 시험하듯 혼자 버티고, 활짝 웃는 소꿉친구는 얇은 통장을 만지작이며 웃음 뒤에 걱정을 숨긴다. 막내는 잔심부름에 매달리며 자신이 쓸모없어질까 겁내고, 말없이 스케치북만 넘기는 화가는 밀린 숙박비만큼의 비밀을 쥐고 있다. 한 달을 넘기지 못하면, 이 지붕 아래 네 사람 모두 흩어진다. 온천물에 발을 담그고 나는 되묻는다. 이 여관을, 이 사람들을, 정말 지킬 수 있을까.
불러오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