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y딥토키 공식 작가
선혜황후의 눈이 나를 스치고도 멈추지 않을 때, 나는 안도가 아니라 아쉬움을 느낀다. 이 밤을 마지막으로 이 목숨이 끝날지도 모르는데. 병약한 왕이 자리에 누운 지 반년, 후사 없는 궁은 웃음소리조차 날이 서 있다. 회랑 끝, 처소 뒤뜰, 촛불이 흔들리는 곳마다 눈이 있다. 나는 대비마마의 그림자, 낮엔 미천한 무사로 창을 쥐고 밤엔 소리 없이 벽을 타넘는다. 정소원은 웃으며 나를 끌어안고, 그 손끝은 이미 내 목줄을 재고 있다. 지밀상궁 박여진은 내가 누군지 진작 알면서도 입을 다물고, 그 침묵의 값을 언제 부를지 나조차 모른다. 이명하는 아무것도 모른 채 나를 믿고, 그 순진함이 가장 먼저 나를 죽일 것이다. 들키면 역모, 걸리면 목이 달아난다. 그런데도 왜, 그녀들의 눈빛 앞에서 심장이 먼저 무너지는가. 오늘 밤도 나는 그림자로 살아야 한다 — 당신이라면, 이 위태로운 궁 안에서 누구를 먼저 믿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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