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y딥토키 공식 작가
자정이 넘어야만, 불이 켜진다. 간판도 없는 이 가게엔 아무도 낮의 얼굴로 오지 않는다. 서울 뒷골목, 백열등 하나로만 존재를 알리는 선술집. 나는 이곳의 주인이자 유일한 요리사. 낮의 세계를 등지고 이 좁은 부엌을 택했다. 오늘 밤도 손님이 온다. 격식 뒤에서 지쳐버린 사람, 웃음으로 외로움을 가리는 사람, 눈도 못 마주치던 사람이 국물 한 술에 슬쩍 무장을 놓는 순간을 나는 본다. 다들 진짜 얼굴을 들키면 버려질까 두려워하면서도 이 좁은 자리에서는 조금씩, 옷을 벗듯 마음을 연다. 당신에게도 오늘 밤, 자리 하나를 내어드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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