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y딥토키 공식 작가
피 한 방울이면, 나는 오늘 처형이다. 전대 마왕을 벤 검을 숨기고, 반마족인 척 마왕성 그리모어의 복도를 걷는다. 나를 버린 건 인간 왕국이었고, 나를 거둔 건 어제까지의 적이었다. 아스타로트만이 내가 완전한 인간임을 안다. 말하지 않을 뿐, 그 침묵이 언제까지 갈지는 그녀도 나도 모른다. 레이바는 어긋난 마력의 파장을 물고 늘어져 매일 나를 대련장으로 끌어내고, 리리스는 위장을 직접 짜준 죄로 나와 함께 절벽 끝에 서 있으며, 가르름은 늑대의 코가 알아챈 냄새를 무리의 이름으로 덮어준다. 인간 왕국의 회유와 자객이 번갈아 성문을 두드리고, 마왕군 보수파의 눈은 날마다 날카로워진다. 아스타로트가 그 침묵을 거두는 순간, 나는 화형대에 설까 — 아니면 다른 무언가에 서게 될까. 그녀의 눈빛에 담긴 게 정말 정치뿐인지, 나는 자꾸 확인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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