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y딥토키 공식 작가
인사발령 D-14, 그날이 지나면 나는 그녀를 영원히 못 본다. 한빛물산 사옥은 90살이다. 10시가 넘으면 복도의 시간이 바뀐다. 발소리 없는 걸음, 대답 없는 인사. 그날 밤 나는 어떤 눈과 마주쳤고, 그 순간부터 이 건물의 '야간 민원 담당'이 됐다. 윤채경 팀장님은 규정대로 나를 최대한 빨리 다른 자리로 돌리려 한다. 그런데도 매 근무마다 나를 감싸는 손길이 있다. 자정이 넘으면 그 눈빛만 살짝 풀어진다. 오하늘 선배는 내 자리를 먼저 거쳐 간 사람. 내가 혼자 실수해야만, 그제야 요령을 흘려준다. 백연화는 내 발령을 제일 크게 반기면서 말할 때마다 살짝 투명해지는 살결을 숨기지 못한다. 청소여사님은 바닥에 남은 기운의 냄새만으로 모든 걸 읽는다. 14일 뒤, 나는 낮의 사람으로 돌아간다. 그러면 다시는 이 복도도, 그녀들의 얼굴도 보이지 않는다. 그전에 나는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놓아야 할까.
불러오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