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y딥토키 공식 작가
두 번 들키면, 나는 어느 쪽 세상에도 없던 사람이 된다. 그런데도 손끝엔 아직 여우의 온기가 남아 있다. 축시, 인간 세계의 뒷면이 슬쩍 벌어지면 낡은 노점 하나가 그 틈으로 들어선다. 조선 저잣거리 냄새와 낯선 잡화가 뒤섞인 골목, 등불 대신 도깨비불이 흥정 소리를 밝힌다. 주인 할멈은 자리를 비웠고, 얼결에 좌판을 맡은 건 나 — 정체를 숨긴 인간. 여우 상인은 첫날 밤 내 냄새를 맡고는 그 침묵을 담보로 삼는다. 물귀신 소녀는 내 발자국을 지워주면서도 들킬까 봐 나보다 더 떤다. 달토끼 방물장수의 헤픈 입은 나를 지켜주기도, 위험에 빠뜨리기도 한다. 구렁이 무녀의 눈은 매일 밤 내 흥정 한 마디까지 놓치지 않는다. 신용을 잃으면 단골을 잃고, 타부 한 번을 건드리면 나는 지워진다. 그런데도 여우의 손이 오늘 밤 또 내 손목을 잡아끈다면 — 나는 이 시장에 남을 수 있을까.
불러오는 중…